히로시마 먹거리 - Day 1

히로시마 먹거리 - Day 1

일본 각 지방의 과거와 현재를 이해하기 위해선 음식을 아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습니다. 히로시마는 매우 무거운 역사 위에 존재하는 탓에 다른 모든 것들도 어두운 그늘에 가려져 보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인들에게 있어 이 곳은 음식으로도 유명한 지역입니다. 히로시마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히로시마식 오코노미야키'(맛이 일품인 팬케이크의 하나, 뒤에 자세히 설명)의 발상지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어지럽고 힘겨운 환경 속에서도 히로시마식 오코노미야키는 성장해 왔습니다. 히로시마는 또한 내해와 접한 긴 경계로 갈리는, 같은 이름을 가진 히로시마현의 중심이 되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해안 지대는 어촌 마을들이 흩어져 있습니다. 일본에서 쓰이는 굴의 대략 3분의 2 정도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해산물이 이 곳에서 생산됩니다.

히로시마에는 10년 전 배낭여행 삼아 많은 관광객들 처럼 명소들을 휙 둘러보고 온 적이 있습니다. 때문에 꼭 경험해야 할 훌륭한 음식이나 히로시마에 숨겨진 다른 매력들을 접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히로시마현이 지방 음식 문화 체험을 위해 저를 초대했을 때 거절할 수 없었지요. 이번엔 정말 제대로 된 히로시마를 느낄 수 있었고, 게다가 저를 초대한 분들은 제가 가고 싶었던 곳만 골라 데리고 가 주셨습니다.

우에노 - 장어

보트를 타고 그림 같은 섬에 내려 처음으로 찾은 곳은 관광지인 히로시마 시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미야지마구치의 우에노란 곳이었습니다. 1900년대 초, 철로가 처음으로 미야지마에 생겼을 때 우에노 타니키치 씨는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히로시마의 만에서 흔하게 잡히는 아나고(붕장어)를 밥 위에 올려 포장해 도시락으로 만들어 기차를 이용하는 승객들에게 팔기로 한 것입니다. 당시는 아나고 보다 지방이 많은 우나기(강에서 잡히는 뱀장어)가 선호되던 때였습니다. 얇고 지방이 적은 아나고는 요리를 하면 우나기에 비해 부드럽고 가벼운 느낌을 줍니다(실제로 드셔보신다면 지방이 적은 아나고를 더 좋아하게 될 것입니다).

얼마 후 도시락을 판매하던 자리가 상점으로 다시 문을 열어, 우에노라는 이름의 음식점으로 불리게 되었고, 아나고는 그 때부터 매우 큰 인기를 끌며 소비가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우에노의 대표 음식인 아나고메시(구운 아나고를 밥 위에 얹은 것)는 이제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여겨지며 미야지마의 많은 음식점에서 판매하게 되었습니다. 여름이나 주말이 되면 우에노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 한 시간 정도 기다려야 하는 것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닙니다. 2층의 나무로 된 낡은 외관을 가로지르는 격자 모양의 아이비 역시 우에노의 매력 중 하나입니다. 우에노는 미야지마구치 전철역과 페리 터미널 사이에 있는 도로에 늘어선 칙칙한 콘크리트 건물들 중에서 빛을 발합니다. 나무로 된 건물의 인테리어는 세월을 거듭해 잔잔한 느낌을 풍깁니다.

아나고메시는 서너 점의 고급스런 아나고를 밥 위에 가지런히 얹어 윤이 나는 밥그릇에 넣어 제공됩니다. 날씬한 아나고를 한 번 구운 뒤 짜고 달콤한 맛을 내는 간장 소스를 바릅니다. 우에노의 쉐프들은 매번 백 년 동안 끊임 없이 연구하며 사용해 온 냄비에 넣어 소스를 만듭니다.

매일 먹는 평범한 흰 쌀밥에 싫증이 나셨다면 여기에서 색다른 맛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우에노에서는 아나고 머리를 삶은 국물로 밥을 짓기 때문에, 밥에서도 바다의 깊은 향기가 납니다.

카키야 - 굴

미야지마구치에서 10분 정도 페리를 타면 미야지마까지 금방 도착하실 수 있습니다. 미야지마는 몇 세기 동안이나 물 위에 서 있는 거대한 도리이로 유명한 곳이며, 최근에는 야키가키(굴 구이)로도 유명해진 곳입니다. 400년이 넘게 히로시마 만에서 굴이 생산되어 왔습니다. 야키가키는 물에서 장시간 머물러야 하는 어부들과 해녀들에게 빠르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식사로서 오랜 세월 동안 지방의 중요한 생산물이 되어 왔습니다. 이 지역 출신인 하야시 유지 씨가 관광객들에게 이 야키가키를 팔기 시작하면서 이제 미야지마의 주요 관광지에는 야키가키를 파는 포장마차가 내는 뿌연 연기로 가득 차게 됐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40년 이상 야키가키를 만들어 온 하야시 씨의 솜씨를 흉내 낼 수 없을 것입니다. 하야시 씨는 현재 카키야라는 이름의 식당을 경영하고 있습니다. 하야시 씨는 굴을 매우 센 불에서 굽는데도 손이 화염에 휩싸이거나 굴 껍질이 튀고 뜨거운 육즙이 흘러내리는 것에 신경 쓰지 않습니다.

히로시마의 굴은 작고 살짝 달콤한 맛이 나며, 수분이 적어 요리를 하더라도 크기가 그다지 줄어들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히로시마 굴은 빨리 요리하고 싶을 때 그릴에 굽기 안성맞춤입니다. 또 센 불은 굴 껍질을 우기 때문에 안에서 익고 있는 굴을 훈제하듯 마무리하는 효과를 줍니다.

카키야는 시골의 작은 인기 섬으로서는 특이한 스타일을 따르고 있습니다. 삭막한 흰 벽에 어두운 색 나무 소재로 기둥과 테이블을 맞췄으며, 유리로 만든 프런트에는 집중 조명이 비춰지고 있어 현대적이면서도 미니멀리스트한 외관을 보입니다. 이 곳은 야키가키를 포함하여, 굴을 밥 위에 얹은 카키메시 같은 다른 굴 요리들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우에노의 아나고메시와 비슷한 풍의 카키메시는 굴을 삶은 육수로 밥을 지어 향을 냅니다. 그 외에도 많은 종류의 글래스 와인과 사케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매니저가 저희 테이블에 와서 지역의 양조주인 우고노 츠키('비가 온 뒤의 달'이라는 뜻)를 추천해 매우 끌렸습니다. 하지만 후에 훨씬 더 많은 술을 마셔볼 수 있는 기회가 있을 터였습니다...

키타요시 - 이자카야

히로시마는 일본의 주요 술 생산지의 하나이며 사이조 지역은 고베의 나다와 교토의 후쿠시마와 함께 탑3에 드는 곳입니다. 이 유명한 일품 술 지자케(지방 사케)를 맛 보는 것이 저녁 목표였습니다. 히로시마의 다운타운으로 돌아와 우리는 본격적인 식사와 음료를 판매하고 있는 혼도리와 나가레가와 지역을 향했습니다. 이 곳에는 바와 클럽, 파칭코, 가라오케, 그리고 물론 많은 이자카야(일본식 선술집)가 있습니다.

이 날 저녁을 위해 고른 곳은 쇼핑가로 가득한 쇼텐가이 내에 위치한 키타요시라 불리는 이자카야였습니다. 쇼핑가는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에서 상징처럼 번져 왔지만, 키타요시는 좀 더 전통적인 느낌을 간직한 곳으로 입구엔 커다란 종이 등불이 놓여 있고 돌계단이 나 있습니다. 계단의 꼭대기에는 마치 주조장에 직접 온 것 같은 기분을 내는 지방 특산주 우고노 츠키가 들어있는 거대한 술 탱크가 놓여 있습니다. 나마자케(살균처리 되지 않은 술)는 은은한 과일 향을 풍기며 살짝 탄산을 느낄 수 있는 깔끔한 맛으로 매우 마시기에 매우 편한 음료이며,키타요시의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립니다.

히로시마에는 대충 가볍게 먹고 마실 수 있는 음식점이 매우 많지만 키타요시는 그와 다르게 상당히 세련된 곳입니다. 반달 모양의 도자기 램프로 조명을 비친 기다란 목제 카운터도 마련되어 있으며, 그 끝에는 해바라기를 담은 커다란 꽃병이 놓여져 있습니다. 반대편 카운터 끝에는 얼음을 채워 전시해 둔 신선한 생선들이 놓여 있습니다. 키타요시는 매일 아침 히로시마 수산시장에서 신선한 생선을 조달해 옵니다. 오늘은 꽁치와 제가 매우 좋아하는 금눈돔, 갈치를 들여 왔습니다. 쉐프들은 생선을 숯에 구워 요리합니다. 키타요시는 이곳 지역에서 생산된 해산물로 만든 회 접시 또한 제공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스지니코미(힘줄을 삶은 요리)와 모츠 니코미(창자를 삶은 요리) 같이 편하게 고를 수 있는 대표적인 일본식 요리들로 끝을 맺었습니다. 설명으로 듣던 것보다 훨씬 더 맛있는 음식이었습니다(술자리에서 예의상 나온 말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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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히로시마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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